저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급적이면 싼 커피를 구합니다. '왕싼 커피'도 싸고 맛이 있었습니다. 다음 사진은 최근에 구매한 원두입니다. 볶은 원두 구매처가 자주 바뀌는 까닭은 기억해 두지 않고, 그때 그때 눈가는 대로 구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 원두와 볶는 실력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내 입맛으로는 그게 그거니, 가능하면 싼 것을 구합니다.



박사 과정 제자 중 하나는 특정 원두를 선정하여 로스팅을 아주 잘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주 맛있게 로스팅해서 행과 맛이 매혹적입니다. 

제가 처음 커피 맛에 폭싹 빠졌던 것은 경주 보문단지 들어가기 전에 있는 '비천'이라는 커피숍에서였습니다. 커피가 너무 맛이 있어, 경주에 갈 때마다 들렸습니다. 외진 데에 떨어져 있었지만, 커피 맛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지금은 식당가가 많이 생겨 먹거리 마을로 변했지만, 지나가는 길목은 여전히 그대로 좁습니다.

고신대학교 근처에도 '즐거운 오후'라는 카페의 커피 맛이 일품이었는데, 지금은 주인이 바뀌어서 잘 가지 않습니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다면,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입니다.


하얀 투명 봉지에 커피 원두가 담겨 있는 것은 냉동실에서 꺼내어, 4겹 이상의 검은 봉지를 벗겨내고 마지막 포장한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탁자가 어지러운 것은 게으르기도 하지만, 바쁘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아래 그라인더가 보이지요. 가격은 비교적 비싸면서 골 때리는 그라인더입니다. 원두를 아구까지 넣으면 모터가 잘 돌아가지 않고 항상 버벅거립니다. 아예 멈춰설 때가 흔합니다. 웬만하면 뚜껑을 열어 원두를 다 꺼내고 그라인더를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리고 말 겁니다. 저는 그냥 그대로 계속 사용합니다.


모터가 멈치면 더 이상 갈지 않습니다. 그럴 때 그라인더를 기울입니다. 뒤집기도 합니다. 칼날에 원두가 걸려서 돌지 않는 것이니까, 탁탁 치기도 하여 칼날에 걸린 원두 하나가 빠져나오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일은 아주 흔합니다. 그래서 걸리지 않게 하려면 처음부터 그라인도를 70도쯤 기울여서 돌립니다. 그러면 아주 잘 갈리지요.


제가 이렇게 이런 내용을 쓰는 까닭은 이런 경우 거의 그라인더를 버리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으면 생긴대로 써야지요. 마구 버리면 또 중공산을 사야하기 때문에 국력의 낭비지요. 가급적이면 중공산 안 쓰려는데, 웬만하면 다 우리를 깔보는 '메이드인 중공'이지요. 중공이라고 하면 기분 나빠 할 사람이 있겠지만, 중국 공산당 국가이니까 중공이 맞지요. 중공은 '자유중국'을 '대만'(Taiwan)이라고 하잖아요?

 


전기 그라인더는 뚜컹이 투명입니다. 커피를 간 정도를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고 선전하는데, 그 창으로 보아서 잘 갈렸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뚜껑을 열어야 잘 보이지요. 저는 그라인딩 소리로 갑니다. 딱딱 튀는 소리가 들리면 대가리가 깨지지 않는 원두가 있다는 거지요. 모터가 아주 시원하게 돌아가면 너무 잘게 가루로 분쇄되었다는 겁니다. 이건 핸드 드립으로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입자가 가늘면 추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어떤 사람은 카페인이 더 나온다고 하는데, 화학 전공인 저는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쓴 맛과 신 맛이 더해질 가능성은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의 취향이 그걸 좋아한다니까 나쁠 건 없겠지요. 추출 시간이 많이 걸리면 그것도 불편합니다.

 


다음 사진은 뭔가 보여주려다가 실패한 것입니다. 이 정도의 입자가 보이는 것은 아깝게도 거의 갈리지 않은 것도 몇 개는 있습니다. 저는 아까워서 그냥 여기서 끝낼 수가 없습니다. 입자가 너무 굵으면 그놈은 추출 예외가 되니까요. 번거롭지만 다시 뚜껑을 닫고 모터를 돌립니다.



이제 만족할 정도로 갈렸습니다. 흰 가루는 플라스틱 뚜껑에 붙은 것을 손가락으로 싹싹 밀어 턴 것입니다.



물의 온도는 커피 맛의 삼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적정 온도가 92도라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그것도 좀 높습니다. 0~85도 정도면 되는데, 한 번도 온도계로 측정해 본 일은 없습니다. 제 실험실에는 온도계가 아주 많습니다.


팔팔 끓인 물 80, 생수 20 정도 넣으면 대충 그 온도가 됩니다. 물을 부으면 곧 다음 사진처럼 됩니다. 물을 왕창 붓는 것이 아니라 적실 정도로만 붓습니다. 이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면 신선한 볶은 원두는 서서히 올라옵니다. 아주 탐스럽고, 멋집니다. 높이 올라올수록, 거품이 많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동영상으로 찍어보았습니다. 커피가 숨을 쉬는 것 같지요? 재미있습니다.



자꾸 자꾸 계속해서 커피가 숨을 쉬길래 또 찍었습니다.

 


예쁘지요. 먹음직하지요?



봉그렇게 올라왔습니다. 다음 사진처럼 정상에 올라왔다 싶으면, 그때 물을 부으면 됩니다.


물을 붓는 순간 중간이 화산 분화구처럼 폭 꺼집니다. 재미있어요.



계속 물을 붓습니다. 커피 표면의 거품이 힘이 없어질 때까지, 붓습니다. 300~500mL를 받아도 충분합니다.


커피 맛있게 드세요.




사람들은 원두 커피를 뭘 샀느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커피 책에는 고급 원두가 무엇인지 잘 설명해 줍니다.


저는 아직 커피 맛을 잘 모릅니다.

저는 두 가지 사실만을 잘 알고 있습니다.


1. 원두의 질에 따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2. 원두의 질에 따르는 맛(과일맛, 초콜릿 맛 등)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커피 맛을 잘 모릅니다.

제가 타주는 커피가 맛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상당히 전문화된 개인 카페 말고는 대부분 커피숍에서의 커피는 NG였습니다.


인테넷 몰에서 가장 싼 커피를 골라도 무방합니다. 제 경우에는 거의 틀리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종종 제자들이 백화점이나 외국에서 커피를 사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갈아놓은 커피 사오지 말고, 날짜가 보름 넘어가는 것 사지 마시라.


아무리 맛이 있는 거피라도 볶은지(로스팅) 한 달이 지나면 맛과 향이 사라집니다. 커피는 유명 산지보다도 로스팅 후 경과 시간입니다. 




커피를 한 번에 가는 양은 그라인더 아구에 수평선으로 맞추면 됩니다. 흔히 1인분 몇 그람으로 말하는데, 이게 좋습니다. 너무 적게 갈아도 맛이 없습니다. 싱겁지요.  물론 원두가 많아도 소금은 없기 때문에 싱겁습니다. 짜게 드시려면 소금을 넣으세요. 이건 농담입니다.

 

그라인더(분쇄기)를 수동식으로 사시는 분이 있는데, 전문가가 아니라면 전동식이 편리합니다. 제가 쓰던 것은 모기 박사님드리고, 선물 받은 이걸 사용하고 있는데, 이전에 쓰던 싸구려가 훨씬 좋습니다. 이거 아까 말한 양만큼 넣으면 절대 안 갈려요. 저는 그래도 억지로 갑니다. 전동식으로 안 갈릴 때 각도를 기울이면 잘 갈립니다. 칼날에 원두가 많이 모이면 버벅대니까, 기울여서 원두가 조금만 물리게 하는 겁니다. 그라인도도 싼 거로 사세요.

저희 동서 형님은 수동식 그라인더를 가졌다고 자랑하시는데, 그걸 힘들게 갈면서 버벅대시더라고요. 게다가 처음에 굵기가 달라서 우리 집 둘째 현이가 용감하게 조정해 주었답니다. 서툰 목수 절대로 수동식 그라인더 사지 마세요.


핸드 드립용은 이 정도로 갈면 됩니다. 이걸 섬세하게 맞추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날씬하게 갈면, 잘 내려오지 않아 답답하고, 농도가 진해지겠지요. 너무 굵게 갈면 마구 내려가니까, 농도가 옅어지고 농도를 만추려면 원두가 많이 들어가야 하겠지요. 초보는 마구 갈면 됩니다. 시간이 많으니까요. 


필터 종이는 아래 쪽과 옆을 살짝 접어주어야 합니다. 저 처음에 이걸 몰라서 아래쪽이 터져서 가루가 몽땅 흘러내려간 일이 있습니다. 아래 구멍이 작게 뜷린 사기 드리퍼야 안 접어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플라스틱 드리퍼도 있는데, 열에 약하니까 사기 드리퍼가 좋지요. 너무 작은 거 사지 마세요.

수련회 갔을 때 깜빡 잊고 드리퍼를 가져 가지 않아 낭패였어요. 그때 번뜩 떠오르는 생각, 알미늄 포일 가져와. 그걸로 임시 드리퍼 만들어 써도 아주 좋습니다.


필터 종이는 시중에 파는 것을 쓰면 됩니다. 저는 거의 사지 않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커피 주문할 때 끼워주는 것으로 충분하더라고요. 카탈스럽게 뭐가 더 좋다는 분이 있는데, 펄프 종이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커피는 물의 온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흔히 92도라고 하지요. 저는 온도계가 있지만 쓰는 경우가 없습니다. 찬물로 적당하게 섞으면 됩니다. 절대로 끓는 물로 내리지 마세요. 맛을 모르면 아무렇게나 내리셔도 됩니다.


물을 처음 부을 때에 커피가 살짝 젖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게 아주 멋지게 부풀어 오릅니다. 잘 부풀어 오를수록 원두가 신선하다는 겁니다. 소위 쿠레머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잘 부풀어 올랐을 때 물을 천천히 부어주면 됩니다. 위 사진은 제가 다른 일을 한다고 바빠서 물을 부을 시간을 놓친 겁니다. 커피가 기분나쁘다고 삐졌네요. 그래도 맛 차이는 없어요. 기분 문제지요. 


커피 주전자는 필요합니다. 보통 15만원 정도 하는데, 물이 나오는 길이가 멋있고, 길수록 비싸지요. 저는 가장 싼 것으로 샀습니다. 커피를 받는 유리 주전자는 선물로 받았는데, 누가 깨먹었어요. 그래서 국산 차를 살 때 따라온 사기 주전자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대개 유리 주전자로 물을 끓이려는 사람이 있는데, 이건 아주 위험합니다. 아주 비싼 파이렉스 이상의 유리가 아니면, 열받으면 깨집니다. 유리 열받게 하지 마세요. 저는 종종 주둥이 넓은 컵으로 받습니다. 수기는 아무 거나 괜찮습니다.

 


크레머가 많이 생기지요. 거품이 많이 날수록 신선하고 좋은 겁니다. 거품 퍼드셔도 됩니다.



언제까지 커피를 내려야 하는가, 이것도 궁금하겠지요. 거품이 사라질 때, 또 물이 다 내려가고 나서 보면, 표면이 진흙탕 위처럼 매끄러워지는데, 그쯤 되면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선한 놈을 거품이 거의 끝까지 가요. 300mL 주전자 아구까지 오면 충분합니다. 더 내려도 돼요. 


다 내렸습니다. 혼자서 먹기에는 많은 양이니까, 병에 담아두어야지요. 누군가가 아주 멋진 병에 담긴 더치 커피(요즘에는 콜드 브루 라고 하지요) 병, 이러게 유용하게 쓴답니다.


커피 색 좋지요. 이대로 주면서 먼저 맛을 보라고 합니다. 커피를 즐기려면 우선 그대로 마셔야 합니다. 일본 커피 전문가가 가르쳐 준 것입니다. 신문에서 읽었어요.


맛을 보더니 하는 말, 에스프레소네요. 에스프레소를 맛도 보지 못한 사람은 무식하고 용감하게 그렇게 말한답니다. 쓰면 다음 작업으로 들어갑니다.

 

카페 라떼로 만들어 먹는 겁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카페는 커피고 라떼는 우유라는 말입니다. 이 정도 선에서 커피 향과 맛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맛이 없다는 분은 설탕 쳐먹으세요. 맛을 즐긴 만큼 살도 늘겠지요.


커피 색깔이 이쁜가요? 이 정도가 커피 맛도 있고, 우유도 즐길 수 있지요. 아메리카노 먹는 사람 중에 똥 (변비) 때문에 고생하는 분이 많지요. 카페인이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변이 거칠고 딱딱해져요. 우유를 넣으면 예방이 됩니다.


우유는 서울우유, 남양우유, 동원우유(덴마크 우유)가 딱 좋습니다. 다른 우유는 어떤지, 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제 즐기세요.


무엇보다 이걸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세요.


이것 또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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